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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에서 딸아이의 속마음을 엿듣다.

육아일기/초보아빠 : 일상

by 은벼리파파 2011. 3.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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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간만에 주중 낮에 편안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바쁘게 대구로 출장을 갔다가 오후에는 반차를 냈거든요.
유치원 등원 3일째인 딸아이를 응원한다는 나름의 정당화(?)를 시키면서 말이지요~ㅋ
이제 제법 적응을 한 모양입니다.
유치원에서는 잘놀고, 선생님 말씀도 잘듣고, 울지도 않는다는데....
아침 등원버스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놀이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같은 유치원, 같은반으로 배정된 또래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마저도 어제는 등원버스를 타지않고 엄마가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바람에...딸아이 혼자 등원버스를 타야했습니다.
등원버스에는 아는 친구도 없고, 엄마도 없고, 모르는 6,7세 언니오빠들 밖에 없어서 무섭다고 그러더라구요. 

출장을 갔다가 반차를 내고 집으로 오는길에 딸아이가 좋아하는 초컬릿사탕을 사들고 왔습니다.
딸아이가 하원을 하면 짜~짠하고 놀래켜주려 했거든요~^^;
유치원 하원버스를 타고, 마중나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온 딸아이...
아빠를 봐도 그냥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더라구요~
딸아이를 꼬옥~ 안고서 엄마에게도 잘 하지않는 뽀뽀세례를 하며 이것저것 물었어요.
질문을 해도 여전히 대답을 잘 하지 않는 딸아이...
이번주만 지나면 더 나아지겠지요?..^^
오자마자 옷벗어 던지고 물부터 찾습니다.
물한잔 시원하게 마시는 동안 엄마는 동사무소에 볼일이 있다며 나갔습니다.
유치원에 다니고서부터 부쩍 어른스러워진 느낌입니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적응에 힘들어 하는 모습일수도 있겠네요~
작은 스케치북에 연필로 이름쓰기를 하다가 이내 마는군요.
그때 눈에 띈 것이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 딸아이만의 시크릿가든 [나의 체리나무집]이라는 책이였습니다.
돌 지난후 온라인으로 구입한 책인데...가끔 딸아이는 이 책을 펼쳐놓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하거든요.
책을 펼치면 360도로 회전하는 팝업북이라 인형놀이 하기에는 최고인것 같습니다.^^

이 책을 오랜만에 꺼내든 이유는 엄마, 아빠에게 할수 없는 말들, 혹은 하지 못한 말들을
요정인형들과 친구가 되어 혼잣말이라도 해주길 바래서였어요~
책을 꺼내어 펼쳐주자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 요정들도 꺼내 주세요~"
"요정이 어디있지? 여긴가?"
"책 앞에~"
"어~ 여기 있네~"

인형들을 꺼내어주자 차례대로 체리나무를 돌려가며 적당한 곳에다가 종이인형들을 위치시키는군요.
그리고는 인형들과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말들을 주고받는지...너무 조그맣게 이야기를해서 정확하게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만...
딸아이 나름의 스트레스(?), 혹은 숙제로 남아있는 아침 등원버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중이 아닌가 싶어요.
한참을 인형들과 대화하는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별아~ 지금 거기 요정들은 뭐하고 있는거야?"
"음~ 이 아기는 아기곰 어린이집 다니고...엄마, 아빠는 유치원 다니고..."

아기곰 어린이집은 아래층 같은 또래친구의 동생이 다니는 어린이집입니다.
6세가 되면 유치원을 보내려 했는데...
놀이학교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계획보다 1년일찍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네요.
그런데다가 12월생이다 보니 또래들보다 신체발달이 늦어 아직 보살핌의 손길이 더 필요한것도 같고...
이런저런 이유에서 놀이학교  원장선생님이 소수가 있는 곳으로 추천을 하셨거든요.
괜히 딸아이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묵묵히 적응하려 노력하는 딸아이가 대견하고 안쓰럽습니다.

아침 등원버스를 두려워하는것도 아마 아는 친구도 없고, 전부 모르는 언니오빠들이라 그런가봅니다.
유치원 가자라는 말대신에 유치원에서 오늘 뭐했냐고 물으면 재잘재잘 말도 잘합니다.
아침에 버스타고 유치원가야지라고 말만 꺼내면

"엄마~ 그런데 눈물이 나올려고 해~"

라고 말하면서 울먹여요~ 당분간은 아침 등원버스와 친해지는데 주력을 해야할듯 합니다.
딸아이의 요정들과의 속깊은 대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대화하는 모습과 목소리톤이 사뭇 진지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옆에서 조용히 지켜 보고만 있었어요~^^;
딸아이의 시크릿가든 체리나무집 2층에는 빨랫줄도 있습니다. 그리고 춤추며 노래하는 요정도 있구요~
맑은 시냇물이 아래로 흐르는 아담한 돌다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침실도 있고 옷장도 있습니다.
딸아이는 요정 인형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대화를 합니다.
침대에 눕혀도 보고, 미끄럼틀도 태워보고, 그네도 태워보네요~^^
인형들과 대화하면서, 인형놀이를 하면서 딸아이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침 등원버스 공포에서 벗어나 그냥~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예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엄마가 올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놀던 딸아이는 쇼파에 벌렁 누워 버리더군요~^^;
집에 와서 한번도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는데...쇼파에 누워서는 아빠를 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마치 속에 있는 말들을 다 털어내기라도 한듯~ 후련한 표정입니다.
아빠~ 나 이제 울지 않고 더 잘할 수 있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적응해 가는 딸아이가 대견합니다.
첫날 팬더곰이 되었던 눈가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체리나무집...360도 회전하는 팝업북이라 딸아이가 참 좋아할거라 생각하고 산 책인데...
그 이상의 소중한 물건이 되었네요.
딸아이만의 시크릿가든~ 함께 놀아주지는 못했지만...속마음을 엿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였습니다.

사랑하는 딸~ 이제 웃는 모습 많이 보여줘~
언제나 아빠는 널 위해서 응원한단다.
 
금요일에 실내화주머니를 가져가야 한다는 말에...어설픈 미싱질을 하고 있습니다.ㅋ
자기것이라고 너무나 좋아하는군요. 완성되면 포스팅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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