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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가 된 딸아이와 할말잃은 아빠

육아일기/초보아빠 : 일상

by 은벼리파파 2011. 1. 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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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은별이의 한글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퇴근하고 집에오니 어김없이 못다한 한글수업을 같이하자고 조르네요.
교재를 보고 스티커도 붙이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려 했는데....
가위를 집어들더니 가위질부터 하겠다는군요.
뭔가에 집중할때는 어찌나 진지한지...글자 오리는걸 보고 있던 전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요.
카메라를 발견한 딸아인 하던 가위질을 멈추고 이내 다양한 포즈를 취해줍니다.
익살스런 표정을 몇번 짓더니 이내 가위질에 심취해 있습니다.
가위질을 하다 엄마가 저녁먹으라는 말에 이내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가는군요.
밥을 먹기시작하는 순간부터 딸아이는 수다쟁이로 변신했습니다. 아침에 적는 포스팅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노골적인 사투리로 수다를 떠는 딸아이 앞에서 엄마, 아빠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딸아이의 수다는 부산산투리로 전해드려야 제맛인데..ㅋㅋ
수다도 수다지만 간만에 딸아이의 웃는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었네요.^^
밥먹다 말고 노래와 율동도 하고...밥을 다먹은 아빠, 엄마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ㅋㅋ
밥한숟갈에 수다5분...
하는수 없이 아빠가 수저를 들고 밥을 입에 넣어주는 수 밖에 없었어요.
밥을 조금 남기고 더이상 안먹겠다는 딸아이의 배를 만져보았습니다.

"별이 뭐 먹었어?"
"음~ 아니~"
"엄마하고 낮에 치킨먹었다던데?"

딸이이가 당황합니다.
낮에 메신져로 아이엄마가 치킨이 조금 있어 줬더니 잘먹더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당황한 딸아이를 보니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당황한 딸아이에게 엄마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한테 윙크한번 날려줘~"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겠다는 딸아이에게 물컵에 물을 주니 자기가 먹던 밥그릇에 달라 그럽니다.
(평소에 아빠가 물컵 가지러 가기 귀찮아서 밥그릇에 먹는걸 봤나봐요~ㅡ,.ㅠ)
물 두어모금 마시고 엄마와 삶아 놓은 계란을 먹었어요. 그러다 계란 부스러기가 따라 놓은 물그릇에 떨어졌는데...
그걸 마시려는 딸아이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별아 ~ 그 물 마시지마"
"왜~ 내물인데..." (부산사투리)
"그래 니물이다" (부산사투리)

부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엄마는 어이없는 웃음만 지을뿐입니다.
계속되는 엄마와의 수다..
엄마는 아빠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나봅니다. 뜬금없이 딸아이에게 묻습니다.

"별아~ 자전이 뭐야?
"자전? 지구가 혼자 한바퀴 도는거~"

오잉? 벌써 자전을 안단말이야? 엄마의 설명이 이어지는군요.
다른 어린이집과는 달리 놀이학교에서는 이런것도 가르쳐주나보다면서 딸아이 못지않은 수다삼매경에 빠지는군요..ㅋ
엄마가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는 동안 딸아이가 산토끼 노래를 시작합니다.
(물론 엄마의 수다가 토끼와 관련된 내용이였습니다. 이웃집 이야기라 Pass~^^)
은별이네 가족의 길고긴 저녁식사시간은 은별이의 마무리 노래와 율동으로 끝이 났습니다.

"별아~ 아빤 거실로 간다"
"나도 갈래"
"별~ 식탁은 누가치우고 설거지는 누가해?"
"엄마가 해야지~"
"아빠가 하면 안돼?"
"아빠는 회사 갔다왔고 나도 놀이학교 갔다왔는데~ 엄마가 해야지~"
아이엄마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알았다~ 엄마가 해야겠네 그럼~"
"빨리해~"

거실에 있던 저도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거실로 자리를 옮긴 딸아이가 주방놀이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들고는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아빠~ 내가 내일 치킨 사줄께~"

그 한마디에 전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요. 식사시간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딸아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나봅니다.
엄마와 자기만 먹었다는 미안함?
엄마, 아빠보다 훨씬 생각이 깊구나~
며칠전 딸아이 몰래 먹었던 치킨을 떠올리며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딸아이를 꼭 안고서 사랑한단 말을 해주었지요.

아이엄마가 주방일 하는동안 딸아이 손에 이끌려 학생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자기는 영어선생님..아빠는 학생...
미안한 마음에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들었지요.ㅋ

다음부터는 정말로 딸아이 몰래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늦잠을 자서 사무실에 와서 포스팅할려니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게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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