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피아노는 한손으로 치는게 아니예요

아빠, 피아노는 한손으로 치는게 아니예요

작년 이맘때쯤 이였던것 같습니다. 아파트 같은 라인의 1층에 악기 교습소가 있었거든요.
놀이학교를 마치고 일리베이터를 타는 시간이면 언제나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 바이올린 소리...
그 소리가 신기했던지, 부쩍 관심을 가졌었거든요.
음악 조기교육은 생각도 안했었는데....^^;
아이엄마는 교습소에 들러 이것저것 물어봤었나봐요~
돌아온 답변은 아직 아이가 어리니...손가락에 힘이 어느정도 들어갈 나이가 되면 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놀이처럼 이런저런 악기를 접할수 있는 곳이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그렇다고 집에 피아노가 있는 것도 아니고,ㅋ
실로폰, 장난감 바이올린, 장난감 기타 같은 악기들로 만족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사때문에 인천이모댁에 오고나서야 피아노라는걸 접했지요.
물론 놀이학교나 유치원등에서 피아노를 접하긴 했겠지만~ㅋㅋ
오빠들 무릎에 앉아 피아노를 접하니...그게 그렇게 재미가 있었나 봅니다.

막내 이모네 큰오빠는 고등학생인데...피아노는 물론 전자기타까지...독학으로 공부한 오빠거든요~
오빠가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 기타연주를 원없이 듣습니다.
그리고 요즘도 이모댁에 가면 제일 먼저 쪼르르 달려가는 곳이 피아노 앞이구요~

지난 주말, 큰이모의 호출로 막내 이모댁에 들렀습니다.
큰오빠는 학교 축제기간이라 공연스케쥴로, 작은오빠는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집에 없었어요.
예전 같으면 오빠들 없다고 시무룩한 얼굴로 있었을텐데...
그날은...쪼르르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달려가지 뭐예요.
이모가 점심 먹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빠대신에 아빠, 엄마가 관객(?)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아빠~~ 잠깐 와봐~~~~"
"왜?"
"내가 피아노 쳐 줄께요"

곧이어 이어지는 딸아이의 피아노 연주...
오빠들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유심히 봤던 것인지...제법 흉내를 내더라구요.

피아노를 치며 노래까지 부르는데...ㅋㅋㅋ
옆에 살포시 앉아 딸아이가 부르는 노래에 맞게 피아노 건반 하나하나를 짚어 줬어요~

"아빠~ 그게 아닌데...."
"응?"
"피아노는 그렇게 치는게 아닌데~"

피아노는 한손으로 치는게 아니라며 아빠손을 제지하고는 두손으로 열심히 건반을 두드리더군요~ㅋ

"이렇게 치는건데~ 맞지?"
"@.@ 응 맞아~"

이모의 밥먹으라는 소리에 아빠는 식탁으로...
곧이어 들려오는 딸아이의 외침...

"엄마~ 이리 와봐~"

곧이어 엄마가 불려가고...뭐하나 싶어 저도 조용히 따라갔습니다.

"엄마, 노래 불러봐~ 내가 피아노 쳐줄께~"

곧이어 이어지는 엄마늬 노래소리...
아이엄마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ㅋㅋ
(엄마는 음치거든요~ㅋㅋㅋㅋ)
엄마의 노래를 듣고 피아노를 치던 딸아이의 한마디~

"엄마~ 그렇게 부르는게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불러?"
"이렇게~"
"♬♪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염소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딸아이...
엄마의 소심한 복수가 이어지더라구요.

"피아노는 이렇게 쳐야지~"

아이엄마도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합니다. 아빠도 그렇구요.ㅋ
엄마 역시 피아노 건반을 한손으로 두드리자...딸아이의 이어지는 한마디...

"엄마, 피아노는 한손으로 치는게 아니야~"

오빠들이 연주하던 모습이 되게 인상깊었나 봅니다.ㅋㅋ
오빠들처럼 멋지게 연주하진 못해도~ 나름 계명은 알고 있는 아빠, 엄마인데 말이죠~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피아노를 정식으로 가르쳐줘야 할까봐요~^^

음악 조기교육이라는 생각보다는...즐겁게~ 재미있게 놀수 있는
음악놀이라고 생각하고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악기들을 접하게 해줘야 겠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악기들을 접하다보면 정서적으로도 좋을것 같아요~^^;

혹시 아나요? 훗날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지...ㅋ
그리고...배우다보면 또 알게 되겠지요?
피아노는 꼭 두손으로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는것을요~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