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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를 위해 5살 딸이 만들어준 음식은?

육아일기/초보아빠 : 일상

by 은벼리파파 2011. 5.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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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를 위해 5살 딸아이가 만들어준 음식은?

지난 주말, 출장에서 돌아온 저는 아픈 아이엄마를 대신해서 주말 식사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아이엄마는 1년에 연중행사처럼 몸살을 심하게 하는데요~
올해의 연중행사(?)가 바로 그때 였나봅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집안의 모든 물건들은 자유분방한 모습이였고 주방엔 설거지할 그릇들이 한가득...
그리고 딸아이는 아픈 엄마옆에서...혼자서 열심히(?) 놀고 있더라구요.
출장에서 돌아온 첫날은 도저히~ 청소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자버렸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질꺼라는 아이엄마는, 전혀 나아질 것처럼 보이질 않았고...
아침밥도 먹는둥 마는둥~ 점심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두통이 심해져서 두통약을 먹고 나서는 또다시 잠을 청했는데요...
엄마가 약을 먹고 잠은 자는 사이~ 딸아이가 뭔가를 가져오더라구요.


"별아~ 아빠랑 블럭 만들기 할라고?"
"아니~"
"그럼? 뭐 할려고?"
"엄마~ 케익만들어 줄려고~"

순간 5살 딸아이보다 못난 남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몸이 아파 입맛이 없어서인지...밥도 먹는중 마는둥 했던 엄마가 걱정이 됐었나봐요~
아기때부터 곧잘 가지고 놀던 나무블럭인데요.
케익이 뭔지를 알때쯤~ 음식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블럭을 가지고 놀았었거든요.
그걸 기억하고...제대로 먹지 못한 엄마를 위해 케익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였어요.

동그란 나무블럭을 2단으로 쌇아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서로서로 고정을 시켜놓은 다음...
케익위에 올라갈 예쁜 장식들을 만드는군요.
어떤 데코레이션이 탄생할라나요?...ㅋ
앞치마까지 두르고, 진지하게 케익을 만드는 모습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데코레이션에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만들던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하나하나 블럭을 쌓아올려 화려한 데코이션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나무 블럭으로 케익위의 데코레이션까지 완성하고, 그 다음에 딸아이가 찾는것이 또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케익에 빠져서는 안될~ 양초였어요~
색색의 수막대를 꺼내더니 양초라고 장식을 합니다.

완성된 케익을 보고는 혼자 좋아서 박수까지...
그러고는 엄마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갑니다.

"엄마~ 내가 케익 만들었는데~"
"..."
"엄마~ 엄마~"
"..."
(거실에서) "별아~ 엄마 자나봐~ 아빠랑 케익 불 붙일까?"

그제서야 안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옵니다.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케익앞에 앉더라구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박수치며, 율동까지 곁들여 생일축하노래를 부릅니다.

축하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는 케익컷팅을 해야하는것인데...
케익은 엄마꺼라며....아빠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쩝

"그럼...아빠는? 아빠도 별이가 만든거 먹고 싶은데~"
"아빠는~ 다시 만들어 줄께요~~~"

이럴때 보면 냉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든 케익은 엄마꺼라며 치운다고 치운것이 다 분해가 되버렸어요~ㅋ
케익은 옆으로 살짝 치워두고...딸아이가 다른 나무블럭으로 또 뭔가를 열심히 만듭니다.


"별아~ 뭐 만들어 줄껀데요?"
"기다려 보세요~"

조이팀버(나무쌓기)를 있는대로 꺼내더니...잘 보라는듯~환한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군요.
조이팀버는 놀이학교 가족등반대회때 하나~ 사촌오빠에게 받은것 하나~ 그리고 유치원 입학식때 하나~
그 외에도 하나를 더 받은것 같습니다.
몇종류의 조이팀버가 섞여서....당췌~ 그 수를 가늠할수 없습니다.^^;
나무블럭을 하나씩 쌓아 올리기 시작하는 딸아이....


"이거 뭐 하는거예요?"
"과자 만드는 거예요~"
"아빠꺼예요?"
"아빠꺼는 아빠가 만드세요~ 이건 엄마꺼예요"

흠~ 어쨌든 딸아이가 시키는 대로 조이팀버를 쌓아 올렸습니다.
딸아이보다 높이 쌓으려 욕심을 부리다가....결국엔 우장창~~~ 무너졌지요.ㅋ
그걸 보고는 딸아이가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더니만..자기것도 일순간에 무너뜨려버렸어요.
그후~ 과자고 뭐고~ 케익이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 없었어요.
조이팀버를 쌓고, 무너트리고를 반복했다는....ㅡㅡ;

그렇게 한시간이 넘게 놀았던것 같습니다.
잠에서 깬 아이엄마는 그제서야 조금 괜찮아 졌는지...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

아마 딸이 만들어 준 케익과 과자덕분에 금방 나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아빠 생각도 좀 해주지~ㅋㅋ 참 철없는 아빠입니다.
아내가 아픈것 보다도...딸아이에 대한 서운함이 먼저 생각나니 말입니다.

5살 딸이 아픈 엄마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여러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역시~ 딸이 좋다는 것....그리고 속이 깊다는 것...
 그 무엇보다도 무뚝뚝한 아빠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것~
이러니 딸바보가 되는게 당연한 거겠지요?..

딸~ 그래도 앞으로 철없는 아빠~ 삐치지 않게 조금만 나눠 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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