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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고 약주는 여우같은 딸아이의 아빠 조련

육아일기/초보아빠 : 일상

by 은벼리파파 2011. 3.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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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째로 갓 접어든 딸아이는 요즘 숫자공부에 푹 빠져 있습니다.
놀이학교를 수료하고 새로운 유치원으로 입학하기까지 이번주 한주가 공백이 생겼어요.
하루종일 엄마와 집에서 지내는 딸아이는 매시간이 멀다하고 전화를 합니다.
엄마 전화기로 아빠 전화번호 뒷자리만 눌러서 통화를 하는것이지요~

"아빠~ 왜 빨리 집에 안와?"
"아빠~ 어디야?"
"아빠~ ㅇㅇㅇ먹고싶어"

대부분이 빨리 집에 안오느냐, 어디냐, 뭐가 먹고싶으니 사와라등등의 내용들이지요.
바쁠때 전화가 오면 조금 귀찮긴(?)해도 전화로 의사소통이 된다는게 마냥 신기한 요즘입니다.ㅋ

매주 월요일은 한글선생님이 방문하셔서 한글공부를 하는 날인데요~
어제는 퇴근하고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앞에 서있는데...
엘리베이터문이 열리더니 딸아이와 아이엄마가 서있었습니다.
아빠를 마중 나온것 같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달려와 안겼을텐데...
어제는 왠일인지 엄마 뒤에 숨어서 부끄러운 척(?)을 합니다.ㅋㅋ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아빠 퇴근하는 모습을 본지 꽤 되긴 했지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재잘대며 돌아다니더니...대뜸 숫자 공부를 하자 그럽니다.
아기때 사놓은 원목 기린모양의 수셈교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1부터 100까지 세는걸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서 나름 심호흡을 하고 숫자판과 수셈교구를 앞에 놓고 시작하려는데...
딸아이의 미운 7살로 가기위한 모습들이 슬슬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별아~ 숫자공부하려면 기린을 바로 세워야 하는데?"
"아닌데~ 난 눕혀서 할건데~"

몇번을 어르고 달래다...결국은 삐침모드로 딸아이를 속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아빠는 숫자놀이 안할래~별이 혼자 해~"
"히히~숫자놀이 할래요~"

양치를 하던, 놀이를 하던...고집을 부릴땐 아빠가 삐침모드로 나오면 딸아이는 금방 눈치를 채고는 원래 방향으로 돌아오거든요.
어제도 이 방법이 통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잠시나마 1부터 10까지 셀때는 아주 진지했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10까지만 세고는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하는 딸아이...

"이제 다했다~"

한마디를 외치고는 뜻모를 노래를 아주 열심히 흥얼거립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린 수셈교구를 다시 옆으로 눕히더니 악기 연주하듯이 손으로 발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군요.
모른척~ 그냥 하고싶은데로 놔두려다가...나이를 물어봤어요~
어라? 반응이 바로 옵니다.ㅋㅋ

"별아~ 별이는 몇살이야?"
"응? 나 다섯살~"
"다섯살이면 숫자가 뭐야?"
"5~~~~~~~"

아주 당당하게 손가락 다섯개르루 쫙펴서 다섯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숫자로는 뭐냐고 물으니 5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더라구요~ㅋㅋ
이거다 싶어서 기린에다가 원하는 색깔로 다섯개를 옮겨보자 그랬지요.
다섯개를 한쪽으로 옮기고는 또다시 장난치려는 낌새가 보여서 바로 엄마나이를 물어봤습니다.

"별아~ 엄마는 몇살이야?"
"스무살~"
"뭐? 엄마가 스무살이라고?"
"호호호호호호호호호"

주방에서 정리를 하던 아미엄마의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집안가득 울려퍼집니다.
바로 엄마를 조련하고 있는것이지요.ㅋㅋ
엄마의 웃음소리에 딸아이는 재차 엄마를 향해 엄마는 수무살이지? 라고 물어봅니다.
그 질문에 아주~ 만족한다는 듯한 엄마의 맞다는 대답...
엄마의 대답을 듣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 딸아이...
[됐어~ 엄마는 조련당했으~]
모녀의 모습이 하도 기가차서(?) 딸아이에게 또 물어봤습니다.

"별아~ 그럼 아빠는 몇살이야?"
"아빠는~ 팔십팔살~"
 
허걱~~ 88세라니요~ 오늘은 제가 딸아이에게 단단히 밉보였나봅니다.
딸아이에게 88세면 아빠는 벌써 할아버지라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주방에서는 엄마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구요.쩝
스케치북에다가 딸아이 나이, 딸아이 생일등을 숫자로 써보다가...
넌지시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같다는걸 강조했어요~ㅋ

"별아~ 엄마하고 아빠는 나이가 똑같아~"
"엄마나이는 3X살~ 아빠도 3X살~"
"이모는 XX살, 고모는 XX살"
"엄마~ 진짜야?"

알면서도 다시한번 엄마를 조련해주는 딸아이의 센스~
일부러 그런다는걸 알면서도 엄마는 잠들기전까지 내내 기분이 좋은듯 보였습니다.
엄마의 기분좋은 모습에 딸아이는 제 무릎에 올라와서는 대뜸 노래를 불러 주겠다 그러네요.
사운드북과 마이크까지 챙겨와서는 비좁은 무릎에 앉아 열창을 해줍니다.
팔십팔살이라고 놀린게(?) 미안해서 일까요?...ㅋ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따라 부르고는...양치를 하러 가잡니다.
그리고 욕실문앞에서 제게 귓속말을 하는군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 한마디에 살짝 언짢았던(?) 기분도 눈녹듯이 사르르 사라져 버렸어요.
분명 딸아이는 여우가 분명합니다.
엄마와 아빠를 조련할 줄 아는 딸아이....
점점 커갈수록 여우짓은 더 늘겠지요?..ㅋ
여우가 됐든~ 엄마, 아빠를 조련하든~ 예쁘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_______________^

티스토리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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