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방과 후 특별활동에 대한 딸의 생각에 씁쓸한 이유

유치원 방과 후 특별활동에 대한 딸의 생각에 씁쓸한 이유

봄은 바까워 오는데...저주 받은 이 몸은 아직 겨울인가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왜이리 힘이 드는지...^^;
어제는 부산출장을 다녀와서인지 오늘아침에는 더더욱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구요.
결국엔 회사에 지각하고 말았습니다.ㅋㅋ

딸과 함께 집을 나서는 기분....참 오랜만에 느껴봤습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출근길에 유치원에 데려다준건 아니구요.ㅋ

오늘아침에도 어김없이 딸아이의 알람소리에 잠네서 깨긴했는데...
눈이 떠지질 않아~ 곁에 앉아있는 딸아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딸의 성화에 결국엔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습니다만...ㅋ
요즘은 엄마보다 딸의 잔소리(?)가 더 심해요.

이사오기전에는 퇴근하면 가장먼저 했던일이 씻고나서 딸아이의 유치원가방을 보는 것이였는데...
유치원 가방속에 있는 가정통신문이라든지...원아수첩이라든지...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어느순간부터 그런 작은것에 신경을 끄고 산듯합니다.
작년 10월부터 지금의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으니...
올해 새학기부터가 진정한 유치원생활이라고 봐야 되겠군요.
작년엔 적응하느라 바빠서 특별활동은 딱 한달 시켜봤습니다.
그것도 딸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영어로 말이지요.
아이엄마의 욕심에 백일이 지나고 난 무렵부터 하루에 한두번쯤은 꼭 영어DVD를 틀어놨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유난히 영어DVD를 집중해서 봐왔던 딸입니다.

같은반 친구들을 보면 영어보다는 발레나 악기수업 위주로 특별활동을 하는것 같던데...
딸아이의 영어수업 선택은 이상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보통 또래 여자아이들을 보면 발레같은....나풀거리는 발레복을 입고 발레하는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딸아이는 발레수업은 받지 않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었어요.

그리고 이모집에 가며 유난히 피아노앞에서 뚱땅거리며 혼자 노래하는모습을 자주봐왔었기에...
넌지시 물어봤더랬습니다.

"별아~ 피아노 배우고 싶지? 학원 다닐까?"
"응~~ 피아노 배우고 싶어~"

피아노는 유난히 좋아하는것 같아서 몇몇군데 학원이나 교습소에 문의를 해봤건만...
아직 손가락 힘이 약해서 조금더 크면 오라고 했다더라구요.
뭐 그사실을 딸아이가 알리는 없고~~
아빠가 없는 낮에, 어떤 상황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엄마가 딸에게 왜~ 발레수업은 받기 싫은지 물어봤더랬습니다.

"별아~ 별이는 왜 발레수업 받기 싫다고 했어?"
"발레수업 받으려면 발레복이 있어야 하잖아~"
"응~"
"그런데 우리는 발레복이 없으니까 새로 사야 하잖아~"
"그렇지~ 새로 사야지~사면 되지~"
"..."

새로사야 한다는 엄마의 확인에 더이상 말을 하지 않더라는거예요.

엄마의 물음에 대한 딸아이의 대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딸아이의 평소 행동을 유추해보면...분명 발레복을 무지 탐내고 있을듯한데...
평소 꾸미기를 좋아하고 치마를 즐겨입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딸이긴합니다만...
하는 행동들은 사내아이 버금갑니다.ㅋㅋㅋ
그런 부분으로 봐서는 약간의 귀차니즘이 있는듯도 하고...
또 다른면에선 엄마, 아빠가 돈도 없는데~ 발레복을 어찌 사냐는 뜻도 있는것 같고...
딸아이의 속깊은 대답을 더이상 듣질 못했으니...그냥 그런가보다 추측만 하고 있을뿐입니다.

발레복을 입고 거실에서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보는것도
아빠에게는 피로회복제 같은것일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허나~ 딸아이의 귀차니즘인지 아님 엄마, 아빠의 사정을 생각해서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건 딸아이의 엉뚱한(?)생각에 씁쓸해 지는군요.
벌써부터 엄마, 아빠의 사정을 생각해서 하고 싶은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거라면...
아이는 아이답게 크면 좋은데...하는 아쉬움과 씁쓸함...
그리고 만에 하나 귀차니즘 때문이라면...
그것 또한 아빠된 입장으로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딸~~ 다음달부터 그냥 발레수업 들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