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눈물나는 아빠 뱃살 빼기 작전

"눈부시게 푸르른 너는 내게 바다인걸~~~~"
가족들이 전화할때 울리는 벨소리입니다...
퇴근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에 걸려온 전화는 딸아이 전화였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응~별아~"
"아빠 어디야"
"아빠 아직 회산데~조금 있다가 집에 갈꺼예요~"
"아빠 오면 저녁먹을라고 기다리고 있는데...빨리와"
"뭐 맛있는거 있어?"
"아빠는 고구마하고 계란 먹으래~"
"엥? 아빠는 고구마하고 삶은 계란만 먹으라고?"
"응"
"고구마만 먹으면 맛 없는데?
"할머니가 주신 고구마 삶아 먹으면 얼마나 멋있는데~"

딸아이와의 전화통화 내용입니다. 엄마와 딸아이의 합동작전이 시작된듯도 합니다.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나온 배 때문에 아이엄마가 살좀빼라는 잔소리를 했었거든요.ㅋ
얼마전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했었는데...너무 딱 맞아서 한치수 큰걸로 교환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아이엄마는 저더러 퇴근이후에 저녁은 고구마를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대답은 했었는데...저녁을 주기에 아무생각없이 먹었더니...갑작스레 고구마만 줍니다.
그것도 비겁하게 아이를 앞세워~~~ㅠ.ㅠ
퇴근하고 현관에 들어서자 오늘도 어김없이 딸아이가 반겨주네요.
재차 물었지요.

"별아~ 아빠 고구마만 먹으면 배고픈데~"
"난 안고픈데~"
"아빠 밥먹고 싶어"
"난 안먹고 싶은데~"

작전이 안먹히는군요. 하는수 없이 씻고 식탁에 앉으니 딸아이가 열심히 삶은 계란 껍질을 까고 있습니다.

계란을 까서 낼름 입으로 가져가는 딸아이에게 한마디 합니다.

"아빠꺼는?"
"아빠꺼? 내가 까주께"

자기가 먹던 계란을 잠시 내려놓고 또 하나를 열심히 벗기는 군요.

조금 서툴긴 하지만 딸아이가 정성스레 껍질을 벗긴 삶은 계란이 참 맛있어 보입니다.
아니 실제로도 맛있었습니다.

껍질을 벗긴 계란을 내밀면서 먹으라고 하는군요.
무심한듯 시크하게 계란을 건네줍니다. 눈은 엄마를 향해있구요.
계란과 고구마를 먹으면서 딸아이와 아이엄마의 수다를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고구마도 어느정도 먹었을 무렵 매콤하고 얼큰한게 생각나더라구요.

"별아~ 아빠 떡뽁이가 먹고 싶네"
"나도 먹을래"
"떡 없는데? 엄마가 내일 떡뽁이 아저씨 오면 사주께.내일 먹자"
"아니 지금 먹을래"

아싸~ 작전 성공이다를 외치며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냉동실에 얼려져 있는 떡을 확인하곤 딸아이에게 물었지요.

"별아~ 아빠가 떡뽁이 해줄까?"
"응~ 아니~~"

허거덩~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아이엄마는 그런 절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구요.
고구마와 계란을 어느정도 먹었을 무렵 행여나 딸아이가 배고플까봐 아이엄마가 밥을 주려하니 안먹겠다네요.
아빠에 대한 배려일까요?
고구마와 계란만 먹어도 충분히 배고 부르긴 한데....뭔가 부족하단 말이죠~
아이처럼 투덜대고 있는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아이엄마가 손두부를 꺼내줍니다.
그 상황에 전 한마디를 했더랬죠

"두부를 무슨 맛으로 먹어"
"손두부라 얼마나 맛있는데~"
"그럼 간장이나 찍어먹을꺼라도 줘야지~"
"그냥 먹어!!!"
"김치~"

아이엄마가 웃으며 김치를 꺼내 줍니다. 김치와 두부를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은 못찍었네요.
길고긴(?) 식사시간이 끝나고 아이엄마는 이웃에 잠깐 다녀온다며 나가더군요.
딸아이는 곧바로 거실에 있는 개구리 오디오에 CD를 플레이 시킵니다.
음악이 나오자 저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따라 부르네요.
아빠를 위로하는 걸까요?
놀이학교 초반에는 곧잘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했는데...요즘엔 통 볼 수 없는 모습이였거든요.

예전에는 율동하고 노래하는 동안에 카메라를 꺼내면 바로 멈췄었어요.

어젠 카메라가 있건 말건 셔터소리가 들리건 말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율동과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동영상으로 찍지 못한게 아쉽습니다만...ㅋ
딸아이의 위문공연 덕에 앞으로는 투덜대지 않고 열심히 주면 주는대로 먹어야 겠단 생각을 아주 잠깐 했습니다.
오늘은 야근핑계로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올까 봐요~ㅋㅋㅋ